'제2의 중동 붐'을 기대했던 건설업계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충돌로 애를 태우고 있다. 국내 주택시장 불황의 돌파구인 해외시장, 그중에서도 핵심인 중동의 정세 불안이 수주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 급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은 국내 공사현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등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카타르, 쿠웨이트 등 중동지역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공사현장만 30곳이 넘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사망자가 급증하고 양측 지역이 대혼란 상태에 빠졌지만, 다행히 국내 건설업체 현장은 아직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상황을 예단할 수 없어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스라엘 사업장이 없고 두바이, 사우디 쪽 현장도 거리가 있어 구체적인 대응을 하는 단계는 아니다"면서 "미국의 중재 등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도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매뉴얼에 따라 단계별 대응을 하는데 분쟁의 직접적 영향권 밖에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라 아직은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무력충돌이 크게 확전하지 않는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가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중동지역 프로젝트는 대부분 국책사업이라 유사시 현지 정부의 보호를 받고 아주 심각한 사태가 아니면 인력 대부분이 철수하거나 사업을 포기하는 일까지는 잘 벌어지지 않는다"며 "이번에도 사업장이 있는 중동 내 다른 지역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가지 않는 한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향후 중동 지역의 수주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사태가 장기화거나 확대되면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지역의 발주 시기가 늦어질 수 있고 유가도 변수가 돼 해외 수주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게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건설업계는 사우디 네옴시티 발주 본격화 등에 따른 중동 특수를 기대해왔다. 해외건설협회 자료를 보면 올해 8월까지 국내 건설사의 해외 건설 수주액은 219억30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기준으로 2018년 이후 처음 2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중동지역 수주액이 작년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중동은 33.8%로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